긴급피난(긴급피난의 성립요건, 특칙 및 과잉피난)

1. 관련조문

형법 제22조(긴급피난)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위험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③ 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2. 긴급피난의 성립요건

긴급피난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은 반드시 형법이 보호하는 법익에 국한되지 않고 법률상 보호되는 모든 종류의 법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피난도 허용된다. 또한 법익에는 개인의 생명·신체·재산 등 개인적 법익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존립 및 질서유지를 위해 보호되는 법익에 대한 긴급피난도 가능하다. 따라서 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 혹은 도로교통의 안전도 국가기관의 유효한 공적 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긴급피난을 통해 보호되는 법익의 범주에 속한다.

 

② 현재의 위난

긴급피난에서 ‘현재’의 위난이란 손해의 발생이 근접한 상태, 즉 법익침해가 즉시 또는 곧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긴급피난의 경우에는 정당방위에 비해 시간적 제약성이 완화되어 장래에 미치게 될 위험에 대해서도 급박성이 인정되는 한 현재성이 인정된다.

손해의 발생이 아직 직접 현존한 상태는 아니나 피난행위가 늦어지면 위험회피가 불가능하거나 더 큰 위난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경우 또는 이미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그대로 두면 그 손해가 증폭될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위난의 현재성이 인정된다.

긴급피난에서 ‘위난’이란 일정한 상황이 진행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법익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측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③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

피난의 의사를 가지고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위자는 현재의 위난을 인식하고 적어도 보다 높은 가치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행위 하여야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위난상황을 인식하면서 자신의 피난행위로 보호되는 법익이 본질적으로 우월한 것임을 의식하고, 적절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으로 피난의사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

 

④ 상당한 이유

상당한 이유라 함은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상규상 당연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긴급피난에 있어서의 상당한 이유는 정당방위에 비하여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고 있다.

 

i) 보충성의 원칙

피난행위의 상당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피난행위에 의하지 않고는 달리 위난을 피할 수 없는 경우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피난행위가 위난에 빠져 있는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유일한 수단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긴급피난이 인정된다.

 

ii) 균형성의 원칙

피난행위에 의해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여야 한다. 따라서 충돌하는 두 개의 이익이 동일한 가치인 경우에는 긴급피난이 성립하지 않는다.

 

iii) 적합성의 원칙

피난행위는 위난을 피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적합성의 원칙이 긴급피난의 성립요건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iv) 사 례

 

㉠ 긴급피난을 인정한 예(대법원 1976. 7. 13, 75도1205)

임부 A는 의사 甲에게 낙태시술을 받고 사망하였다. 그러나 甲이 A에게 낙태시술을 하게 된 이유는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현저할 뿐더러 기형아 내지는 불구아를 출산할 가능성마저도 없지 않다고 판단하여, 부득이하게 취하게 된 조처였다. 이 사안에서 甲의 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甲에게는 업무상낙태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긴급피난을 부정한 예(대법원 1995. 1. 12, 94도2781)

甲은 강제로 간음할 목적으로 A(여)의 집에 침입하였다. 마침 잠을 자고 있던 A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놀라 소리치는 A의 입을 왼손으로 막고 오른손으로 음부 부위를 더듬던 중 A가 甲의 손가락을 깨물며 반항하였다. 이에 甲은 물린 손가락을 비틀며 잡아 뽑았고, 이로 인해 A는 우측하악측절치치아결손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 이 사안에서 甲은 A가 손가락을 물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과정에서 A가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A의 상해는 甲이 스스로 야기한 범행의 와중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법에 의하여 용인되는 피난행위라 할 수 없다. 즉 甲에게는 긴급피난이 인정되지 않고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

 

3. 긴급피난의 특칙

 

(1) 내 용

군인ᆞ소방관ᆞ경찰관 등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마땅히 일정한 위난을 감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에게는 긴급피난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들이 수행하는 직무의 내용이 어느 정도의 법익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할 뿐만 아니라, 법이 이들의 이익보다 이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다.

 

(2) 한 계

특별의무자라고 하여 언제나 자신들의 법익을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자신이 감수해야 할 의무의 범위를 벗어나는 위난에 대해서는 긴급피난이 가능하다.

 

4. 과잉피난

과잉피난이란 현재의 위난에 대한 피난행위는 있었으나, 그 피난행위가 상당성의 정도를 초과한 경우를 말한다.

과잉피난의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는 않으나, 그 정황에 의하여 형을 감면 혹은 면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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