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법령에 위반한 행위

1. 법령의 범위

 

(1) 협의설과 광의설

법령의 의미와 범위에 관해서는 협의설과 광의설이 있다.

협의설에서는 여기서 ‘법령’이란 성문 또는 불문의 ‘법규(法規)’를 의미한다고 하며, 광의설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모든 법규 뿐만 아니라 인권존중, 사회질서, 공서양속등을 포함하여 당해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正當性)을 결여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

 

훈령 등 행정규칙이 여기서의 법령에 포함될 것인가는 행정규칙의 법규성 여부의 논의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요컨대 행정규칙은 법규성 및 대외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국가배상법상의 ‘법령’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2. 법령에 위반의 의미

법령위반의 의미가 결과위법을 의미하는 것인지 행위위법을 의미하는 것인지 견해가 갈린다. 여기에는 결과불법설, 행위위법설, 광의의 행위위법성설, 상대적 위법성설 등이 있다.

 

(1) 결과불법설(결과위법설)

결과불법(結果不法)이란 법규위반 뿐만 아니라 결과의 위법, 손해의 중대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로 ‘피해결과(권리를 침해하였는가)’에 착안하여 위법성을 판단하는 견해이다.

법령의 범위에 관하여 광의설을 취하는 견해에서는 결과위법(結果違法)을 취하며, 결과를 정당화할 만한 다른 사유가 없는 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결과위법설의 위법은 민사불법행위법상의 불법과 동일시하는 견해이다.

판례는 경북대앞동아약국화재사건에서 결과불법설을 명시적으로 배제한 바 있다.

 

□ 경북대앞동아약국화재사건(대판 1997. 7. 25. 94다2480)

경찰관들의 시위진압에 대항하여 시위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하여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주민의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한 판례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법령에 적합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하여 그 법령 적합성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 바,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이 법령에 위반한 것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시위진압이 불필요하거나 또는 불법시위의 태양 및 시위 장소의 상황 등에서 예측되는 피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의 내용에 비추어 시위진압의 계속 수행 내지 그 방법 등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2) 행위위법설

행위위법(行爲違法)이란 가해행위가 ‘법규범과 합치하는가(법규범에 위반하였는가)’ 여부에 따라 위법성을 판단한다.

따라서 행위위법에서는 행정의 작용이 법규범에 적합하게 수행된 이상 타인의 권리침해가 있었더라도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국가배상법상 위법과 항고소송의 위법은 기본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광의의 행위위법설

최근에는 직무행위 자체의 위법뿐만아니라 공무원의 직무상의 일반적 손해방지의무도 위법성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소위 ‘광의의 행위위법설’도 있다.

이 의무는 조리상의 의무가 아니라 헌법상 인정된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로부터 도출되는 의무이다(헌법제10조후문: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행위위법설을 기본으로 하면서 상대적 위법성설을 취한 판례(대판 99다70600, 2006다16215 등)도 있다.

 

(4) 상대적 위법성설

최근 판례는 구체적 사안에서 행위 자체의 적법ᆞ위법뿐만 아니라 피침해 이익의 종류 및 성질, 행정처분의 태양, 침해행위의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정당성을 결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2001다65236 대판 2003.12.11)고 하여 소위 ‘상대적 위법성설’을 취한 경우도 있다.

 

(5) 결어

사법관계에서는 사인 간에는 권리침해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권리침해 즉 이익침해라는 결과는 곧 위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행정작용은 법규범에의 적합여부가 가장 적합한 법적 평가기준이 되어야 한다. 같은 입장에서 판례도 종래에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생긴다해도 그 법령적합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1997.7.25 대판 94다2480)’고 한 것과 같이 행위위법설을 취한 바 있으며, 이것이 종래 다수설 및 판례의 주된 견해였다.

 

□ 취소소송의 기판력이 발생한 후의 국가배상 소송

A시는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甲 소유의 토지 등을취득하고자 甲과 보상에 관하여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A시는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여 “A시는 甲의 토지를 수용하고, 甲은 그 지상 공작물을 이전한다. A시는 甲에게 보상금으로 1억원을 지급한다”라는 취지의 재결을 받았다. 그러나 甲은 보상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보상금 수령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A시는 보상금을 공탁하였고, A시장은 甲에게 보상 절차가 완료되었음을 이유로 위 토지 상의 공작물을 이전하고 토지를 인도하라고 명하였다.

 

3. 부당한 재량처분

재량권의 행사가 일탈․남용된 경우에는 위법이 되나, 그 정도가 부당의 수준에 그치는 경우에는 위법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4. 부작위와 위법

 

(1) 재량행위와 반사적 이익

전통적으로 경찰법분야에서는 ‘경찰편의주의’가 지배하였으므로 경찰권의 발동은 원칙적으로 경찰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이로 인하여 국민이 받는 이익은 반사적 이익이라는 인식이 강하였다.

따라서 국민은 경찰권의 발동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없었고, 경찰권이 발동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등장한 이론이 ‘재량권의 0으로의 수축이론’이다.

 

이에 의하면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위해가 중대하며 급박한 경우에는 경찰권발동에 관한 경찰기관의 재량이 0으로 수축하고 경찰기관은 경찰권을 발동하여야 할 의무가 생긴다.

여기서 경찰권 발동을 청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바로 ‘행정개입청구권’이다.

또 국민이 경찰권발동을 청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기관의 부작위로 인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발생케 한 경우에는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게 된다(1074.7.26. 대판 74다3)

 

(2) 개괄적 손해방지의무

조리에 의한 작위 의무, 즉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공무원의 조리에 의한 개괄적 위험방지의무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견해가 갈리고 있다.

판례는 국민의 생명ᆞ신체ᆞ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적ᆞ일차적으로 그 위험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ᆞ신체ᆞ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공무원에게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1998.10.13 대판 98다18520)고 하였다. 이 견해가 타당하다.

 

5. 공공의 이익과 위법성

공무원의 행위가 국민의 권리를 침해했더라도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하다는 증명이 있거나 그렇게 믿을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예, 경찰관의 피의사실 공표로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된 경우).

형법 제126조에서는 「피의사실공표죄」라 하여 검찰, 경찰 등에 종사하는 자가 직무상 지득한 피의 사실을 공판 전에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예로 들고 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표의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때, 진실한 사실이라는 객관적 입증이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아니하다.

 

6. 위법성의 입증책임

원고인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으나, 위법성과 과실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과실이 입증되면 위법성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7. 처분의 공정력(처분에 대한 위법판단)과 국가배상책임

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함에는 미리 행정행위의 취소판결을 얻어야 하는지(공정력)에 대하여 다툼이 있다.

 

(1) 미리 취소판결을 얻어야 한다는 견해

미리 취소판결을 얻어야 한다는 견해는 공정력을 행정행위의 ‘적법성 추정력’으로 보는 견해이다.

이 견해에서는 국가배상의 수소법원인 민사법원은 당해 소송의 선결문제로서 행정행위의 위법성을 심사할 수 없으므로 미리 취소쟁송을 제기하여 취소판결을 받은 후에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취소소송과 국가배상소송을 병합하여 제기할 수도 있다).

 

(2) 미리 취소판결을 얻을 필요 없다는 견해

미리 취소판결을 얻을 필요 없다는 견해는 공정력을 행정행위의 ‘유효성 추정력’으로 보는 견해로 적법성의 문제에는 공정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행위의 위법성 판단은 민사법원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민사소송에서 배상청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이 선결문제로서 그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공권력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 및 통설의 입장이다.

 

8. 사익보호성의 필요 여부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부여한 법령의 목적이 단순히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것이나 행정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도 있고, 국민 개개인을 사익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도 있다.

이중 후자의 경우에는 전자를 포함하므로 문제가 없으나, 전자 즉,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부여한 법률이 사회적 공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직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한 피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가 바로 사익보호성 내지 반사적이익론의 문제이다.

 

이 사익보호성의 문제는 공무원의 부작위에 의한 국가배상책임과 관련이 있다. 또, 사익보호성은 직무관련성의 문제로 보기도 하고, 위법성의 문제로 보기도 하고, 손해의 문제로 보기도 하고, 인과관계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