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의 3면 관계: 대리권(본인ㆍ대리인 사이의 관계)

1. 대리권의 의의

대리권은 타인(대리인)이 본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제3자의 의사표시를 수령함으로써 직접 본인에게 그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 법률상의 지위 또는 자격을 말한다.

 

2. 대리권의 발생원인

 

(1) 법정대리권(법률의 규정)

법정대리권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직접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발생한다.

그 유형으로는

①본인과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자가 당연히 대리인이 되는 경우로서, 일상가사대리권을 가지는 부부(제827조)ㆍ친권자(제911조ㆍ제920조)ㆍ법정후견인(제932조ㆍ제933조) 등이 있고,

②일정한 자의 지정으로 대리인이 되는 경우로서, 지정후견인(제931조)ㆍ지정유언집행자 (1093조ㆍ1094조) 등이 있으며,

③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자가 대리인이 되는 경우로서, 부재자재산관리인(제22조ㆍ제23조)ㆍ상속재산관리인(1023조ㆍ제1040조ㆍ제1044조ㆍ제1047조ㆍ제1053조) 등이 이에 속한다.

 

(2) 임의대리권(수권행위)

임의대리권은 본인이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행위, 즉 수권행위에 의하여 발생한다.

수권행위는 대리권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본인과 대리인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예: 위임)와는 개념상 구별된다.

수권행위는 대리인에게 일정한 지위 또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고 어떤 권리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점, 대리인은 행위능력자임을 요하지 않는 점(제117조), 수권행위를 본인이 철회할 수 있는 점(제128조제2문) 등을 이유로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로 파악한다.

민법은 수권행위의 방식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보통 위임장을 작성ㆍ교부하는 방식으로 행해지지만, 구두로도 할 수 있다.

또 명시적인 의사표시 이외에 묵시적인 의사표시로도 할 수 있다.

 

3. 대리권의 범위

 

(1) 법정대리권

법정대리권의 범위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정해진다. 예컨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은 무능력자의 재산상의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할 권한을 가지며(제920조ㆍ제948조ㆍ제949조), 유언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한을 가진다.

 

(2) 임의대리권

임의대리권의 범위는 수권행위에 의하여 정해진다.

따라서 그 구체적인 범위는 결국 수권행위의 해석을 통하여 결정된다. 대리권이 있기는 하지만 수권행위의 해석을 통해서도 그 범위를 명백히 정할 수 없는 경우에 그 대리인은 보존행위와 대리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그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보존행위는 재산의 가치를 현상 그대로 유지하는 행위(예: 가옥의 수선ㆍ소멸시효의 중단ㆍ미등기부동산의 등기ㆍ기한이 도래한 채무의 변제ㆍ부패하기 쉬운 물건의 처분 등)를 말하고, 이용행위는 재산의 수익을 올리는 행위(예: 물건을 임대하거나 금전을 이자부로 대여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개선행위는 사용가치 또는 교환가치를 증가시키는 행위(예: 무이자의 금전대여를 이자부로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 이용행위ㆍ개량행위는 대리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할 수 있으므로(제118조제2호) 예금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은행예금을 찾아 개인에게 빌려주는 것은 할 수 없다.

 

4. 대리권의 제한

 

(1) 공동대리

대리인이 수인인 때에는 각자가 본인을 대리한다(제119조 본문). 즉, 각자대리가 원칙이다. 추정되는 본인의 의사와 거래의 편의를 고려한 규정이다.

그러나 법률(예: 제909조제2항의 친권의 부모 공동행사) 또는 수권행위에서 달리 정한 때, 즉 수인의 대리인이 공동으로만 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한 때에는 공동으로만 대리하여야 한다.

 

(2) 자기계약ㆍ쌍방대리의 금지

대리인이 한편으로는 본인을 대리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이 상대방이 되어 계약을 맺는 것을 자기계약이라고 한다(예: 갑으로부터 부동산 매각의 대리권을 수여받은 을이 스스로 그 부동산의 매수인이 되는 경우).

한편 동일인이 하나의 법률행위에서 당사자 쌍방의 대리인이 되어 대리행위를 하는 것을 쌍방대리라고 한다(예: 을이 매도인 갑의 대리인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매수인 병의 대리인 자격에서 매매계약을 혼자서 체결하는 경우).

자기계약 또는 쌍방대리는 금지되며(제124조), 이에 위반한 행위는 무권대리가 된다는 것이 통설의 견해이다.

그러나 본인이 자기계약 또는 쌍방대리를 허락한 경우에는 그 대리행위는 유효하다(제124조 본문). 또한, 이미 확정되어 있는 법률관계를 단순히 결제하는데 불과한 채무의 이행의 경우에는 자기계약 또는 쌍방대리가 허용된다(제124조 단서).

예컨대 주식의 명의개서에 관하여 매수인이 한편으로 매도인의 대리인으로 되는 것이나, 법무사가 등기권리자ㆍ등기의무자의 쌍방을 대리하여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5. 대리권의 남용

대리인이 외형적으로는 대리권의 범위 내에서 대리행위를 하였지만, 이를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리인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경우, 그 법률효과가 본인에게 귀속하는지가 문제된다.

이것이 소위 대리권의 남용인데, 판례는 대리인이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 대리행위를 한 경우에, 그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제107조제1항 단서를 유추하여 그 대리인의 행위는 본인의 행위로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6. 대리권의 소멸

 

(1) 법정대리ㆍ임의대리에 공통한 소멸원인

 

① 본인의 사망

본인이 사망하면 대리권은 소멸한다(제127조제1호). 법정대리에서는 본인의 사망으로 대리의 필요가 없게 된 점에서, 임의대리에서는 본인과 대리인 간의 특별한 신임관계가 그 기초를 이루고 있는 점에서 각각 대리권은 소멸한다.

본인이 실종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사망한 것으로 되므로(제28조) 역시 대리권은 소멸한다.

 

② 대리인의 사망, 성년후견의 개시 또는 파산

법정대리권은 일정한 자격 내지 직무에 수반하여 부여되는 것이고, 임의대리권은 대리인에 대한 특별한 신임을 기초로 수여되는 점에서 대리인이 사망하면 대리권은 소멸한다(제127조제2호).

피성년후견인도 의사능력만 있으면 임의대리인이 될 수 있고(제117조), 파산자를 대리인으로 하는 데 특별한 제한은 없으므로 피성년후견인이나 파산자도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법정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리인이 된 자가 그 후에 성년후견의 개시나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처음과는 다른 사정의 변경이 생긴 것이므로 대리권으로 자동적으로 소멸한다(제127조제2호).

 

(2) 임의대리에 특유한 소멸원인

 

① 원인된 법률관계의 종료

임의대리권은 그 원인된 법률관계의 종료에 의하여 소멸한다(제128조).

당사자간에 원인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수반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양자의 법률적 운명을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② 수권행위의 철회

원인된 법률관계가 종료하기 전이라도 본인이 수권행위를 철회하면 임의대리권은 소멸한다(제128조).

 

(3) 법정대리에 특유한 소멸원인

이에 관하여는 법률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한다.

즉 법원의 개임(제23조ㆍ제1023조), 대리권상실선고(제924조ㆍ제925조ㆍ제940조ㆍ제1106조),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하는 법정대리인의 사퇴(제927조ㆍ제939조ㆍ제1105조ㆍ제1106조), 대리권 발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의 소멸(예:본인의 성년ㆍ한정치산 내지 금치산선고의 취소)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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