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행위의 취소와 관련된 쟁점 및 판례의 태도

1. 취소의 대상 및 불가쟁력과의 관계

취소는 법적 효력이 발생한, 즉 유효하게 성립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만 고려된다. 행정행위가 무효이면 행정청이나 법원에 의한 무효 확인만으로 충분하고, 행정행위의 실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행정청은 행정행위가 무효인지 여부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도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므로, 그것이 위법하다는 확인의 의미에서 취소할 수 있다.

행정청이 행정행위의 직권취소를 할 때에는 행정행위에 대한 쟁송제기 가능성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불가쟁력은 직접적으로 수범자 등에게만 미치며 처분청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분청(감독청)은 불가쟁력이 발생하였더라도, 새로운 행정행위를 발한다는 차원에서, 행정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2. 취소권 행사의 주체 문제

종래 처분청과 감독청이 행정행위를 취소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취소에 관한 법령상의 근거가 필요한지 여부와 결부하여, 특히 직권취소와 관련해서, ⅰ) 처분청과 감독청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근거가 요구된다는 입장, ⅱ) 모두 근거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입장, ⅲ) 처분청과 감독청을 구분하여 전자에서는 근거가 불필요하지만, 후자에서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다.

행정행위의 취소는 처분청이 자신이 행한 행정행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명문의 근거가 없더라도 의문이 없다. 판례 역시 처분청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취소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두14934 판결)

감독청의 취소의 경우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정부조직법 및 지방자치법에 그에 관한 일반적 규정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3. 취소에서의 시간적 제한의 문제

취소는 법적 효과의 소멸이어서 실권의 법리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서 시간적 제한이 있다고 할 것이다. 행정기본법 제12조제2항에 따른 실권의 법리를 고려해야 한다.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 ②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4. 손실보상의 문제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및 철회)가 수범자(수익자)에게 책임 없는 하자에 기인한 것일 때에는 그로 인한 상대방의 손실보상이 문제된다. 신뢰보호의 원칙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통용되는 철회의 경우 여러 개별법(도로법 제99조, 하천법 제77조, 수산업법 제81조 등)에 보상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수익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철회권 유보 사유의 발생이나 부담 불이행의 경우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지만, 행정행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 상황의 변경이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신뢰보호 가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손실보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5. 복효적 행정행위, 특히 제3자효 행정행위의 취소 문제

제3자효 행정행위의 취소는 원래의 수범자를 기준으로 하여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와 같이 이익형량의 요청에 따라 수범자를 상대로 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른 제한이 가해진다. 이익형량에서는 수범자의 이익과 공익만이 아니라 제3자의 이익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

대개의 주민민원 건이 보여주듯이, 제3자의 이익이 수범자의 이익을 압도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제3자의 이익은 공익의 차원에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수범자의 보호에 이바지하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이러한 3자관계에서도 통상적인 양자관계와 마찬가지 정도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립된 사익의 충돌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양자관계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제3자효 행정행위가 불가쟁력이 발생하면 수범자와 관련해서 신뢰보호의 원칙이 강하게 미칠 수 있다.

 

6. 행정처분의 취소의 취소철회 문제

행정행위의 취소가 독립된 행정행위인 이상, 이들에 대한 취소나 철회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원래의 취소처분의 취소・철회를 계속 허용할 것인지 여부와, 취소처분을 취소・철회하였을 때 원래의 행정행위가 그대로 복귀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행정행위를 다시 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처분의 취소의 취소ㆍ철회는 행정법 관계의 명확화와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1회적으로만 허용하고 2회 이상의 취소나 철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판례는 처분의 취소가 취소ㆍ철회되면 당초 행정행위 및 그에 따른 행정법관계가 도로 소생하는 것으로 보거나, (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누3401 판결) 그렇지 않고 처음의 취소나 철회로 기왕의 행정행위가 소멸된 이상 새로 행정행위를 해야 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9653 판결)

판례상의 차이점은 사안의 다름에서 비롯되는데, 전자의 경우 원래의 행정행위가 수익적 행정행위(이사취임승인처분)인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부담적 행정행위(병역처분, 과세처분)이다.

 

7. 판례의 태도

 

(1) 직권취소의 법리와 쟁송취소의 법리의 관계: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104 판결

“수익적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권 등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보호의 필요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는 법리는, 처분청이 수익적 행정처분을 직권으로 취소・철회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리일 뿐 쟁송취소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 직권취소의 법리: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두6135 판결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적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 때문이라면, 당사자는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09두14934 판결 등 참조).”

 

(3) 직권취소에서 전부취소의 위법성: 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두56721, 56738 판결

“도로점용허가는 도로의 일부에 대한 특정사용을 허가하는 것으로서 도로의 일반사용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범위는 점용목적 달성에 필요한 한도로 제한되어야 한다. 도로관리청이 도로점용허가를 하면서 특별사용의 필요가 없는 부분을 점용장소 및 점용면적에 포함하는 것은 그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도로점용허가 중 특별사용의 필요가 없는 부분은 위법하다.

이러한 경우 도로점용허가를 한 도로관리청은 위와 같은 흠이 있다는 이유로 유효하게 성립한 도로점용허가 중 특별사용의 필요가 없는 부분을 직권취소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다만 이 경우 행정청이 소급적 직권취소를 하려면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와 그 취소로 당사자가 입을 기득권 및 신뢰보호와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 교량한 후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의 기득권 침해 등 불이익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강한 경우여야 한다. 이에 따라 도로관리청이 도로점용허가 중 특별사용의 필요가 없는 부분을 소급적으로 직권취소 하였다면, 도로관리청은 이미 징수한 점용료 중 취소된 부분의 점용면적에 해당하는 점용료를 반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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