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의 내용(법률의 법규창조력, 법률우위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1. 법률의 법규창조력

법규창조력이란 법률만이 법규를 창조하는 힘이 있다는 의미이다. 법규(法規)란 국민의 권리ᆞ의무에 관한 사항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은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서만 창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행정권은 법률의 수권이 없는 법규를 창조할 수 없다.

 

2. 법률우위의 원칙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배되어서는 아니 된다(행정작용의 법률종속성). 이것은 의회의 의사는 다른 국가기관의 의사보다 우월함을 의미한다. 이 원칙은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예외 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행정의 소극적 측면)

 

3. 법률유보의 원칙

행정작용은 법률의 수권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행정은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행정의 적극적 측면) 법률우위의 원칙이 모든 행정작용에 적용되는 것인데 비해서 법률유보 즉 행정이 법에 근거하여 작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모든 행정영역에서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니다.

즉 행정활동 중에는 반드시 법적 근거를 요하는 행위도 있으나, 그렇지 아니하고 행정의 재량에 맡겨 두고 있는 영역도 있다. 따라서 행정작용이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은 어떤 범위까지 적용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반드시 법에 근거해야 하는 행정작용의 범위에 대해서는 학설상 논의가 있다.

위에서 말한 법치행정의 3요소 중 ‘법률의 법규 창조력’과 ‘법률우위의 원칙’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으나, ‘법률유보’의 원칙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그것은 국민의 자유, 권리의 침해와 관련이 없는 행정작용은 법률로부터 자유로운가? 또 법률유보라고 할 때 법률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하는 점이다.

 

(1) 침해유보설

이것은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가장 전통적인 견해이다. 행정작용이 자유, 재산의 권리 침해시에는 반드시 법률의 수권을 필요로 하지만 그 밖의 영역 예컨대 수익적행정, 특별권력관계를 포함한 국가내부의 영역 등에는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2) 급부유보설(사회유보설)

침해행정뿐만 아니라 급부행정 분야에도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현대에서는 개인의 생활이 국가의 급부에 의존하는 바가 상당히 크므로, 국가로부터의 공정한 급부의 확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전부유보설

이것은 모든 행정의 영역에 법률유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로서 침해유보설에 대한 반대 견해이다.

이것은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권을 의회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의회외의 다른 국가기관은 모두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종속하여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하나, 국민주권주의만을 강조하고 권력분립주의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 중요사항유보설(본질성설)

행정작용 중 중요한 사항만 법률에 유보(독일연방헌법재판소판례의 입장, 독일의 통설)한다는 입장으로 의회유보설(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은 다른 기관에 위임해서는 안되며, 의회에서 직접 심의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판례도 이 설에 따른 예가 있다(헌재 994.7.29. 92 헌마 49병합; 1999.5.27. 98헌마70). 그러나 본질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내용이 비어 있는 공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5) 의회유보설

본질성설과 이를 토대로 발전한 의회유보설은 모두 독일에서 유래된 학설이다.

본질성설이란 말 그대로 국민의 권리의무 측면에서 행정사항 중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회유보설은 본질성설보다 다소 축소된 범위이다. 즉 그와 같이 중요한 사항은 법률에 근거해서 해야 하나, 위의 본질성설에서 법률이란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이외에 법률을 근거로 하여 행정부에서 만드는 법규명령도 포함하는 개념인데, 비해 의회유보설에서는 법규명령으로는 안 되고 의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만 근거해야 한다고 하므로, 본질성설과 의회유보설은 서로 다른 학설이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의회유보설은 “법률에 근거한”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규율을 요구하는 견해라고 한다. 즉 의회유보설은 소위 ‘명확성의 원칙’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것은 위임명령이나 자치법규에 의한 규율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일반조항, 재량규정, 불확정법률개념의 형식을 통한 은폐된 위임을 금지한다.

 

□ 본질성설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98헌마70결정에서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한국방송공사에서 정하여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한국방송공사법 제36조 제1항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서 “텔레비전방송수신료는 대다수 국민의 재산권 보장의 측면이나 한국방송공사에게 보장된 방송자유의 측면에서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속하고, 수신료 금액의 결정은 납부의무자의 범위 등과 함께 수신료에 관한 본질적인 중요한 사항이므로 국회가 스스로 행하여야 하는 사항에 속한다”라고 제시한 바 있다.

 

(6) 결어

오늘날 사회유보설이 다수설인데, 종래의 침해유보설이 비판받는 이유는 비록 국민에게 침해를 주는 것이 아닌 급부행정의 영역에서도, 자의적인 수익행위가 행정부에 용납될 경우 국민의 평등권침해가 되고 또한 국가의 자원배분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행정부에 대해 통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7) 법률유보의 한계

법률유보의 한계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행정유보,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 등이 있다.

 

① 행정유보

행정유보는 1980년대 초반에 독일 공법학계를 중심으로 등장한 이론이다. 이론적 정리가 완전하지 못하다. 행정유보는 말 그대로 행정권의 발동이 행정에 맡겨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의회나 법원의 관여를 허용하지 않는 고유한 영역을 행정권에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유보가 인정될 수 있다고 논의된 영역으로는 자치행정, 행정부의 집행권ᆞ조직권, 행정부의 법정립권, 행정부의 보충권 등이 있다. 행정유보에 대해서도 적극설(Schnapp)과 소극설(Maurer)이 있는데, 소극설에 따르면 집행권 통치권 등에서 행정에 유보된 것이 있으나, 이것은 부분적인 유보이며, 일반적 유보는 인정될 수 없다고 하였다.

행정유보설에 따르는 경우 명문의 법적 근거가 없는 법규명령이 가능해진다. 즉 독립적인 행정조직체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 특별권력주체와 상대방의 관계에 관한 사항 등 일정한 영역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법규 정립권을 가지게 된다.

 

②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

법이 행정기관의 모든 행위를 규율할 수 없기 때문에, 법치주의 하에서도 일정 부분의 행정에 대해서는 자율권과 재량권이 부여되고 있다. 이러한 영역을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라고 한다.

입헌군주정시대부터 인정되었던 ‘재량행위’ ‘통치행위’ ‘특별권력관계’ 등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실질적 법치주의 하에서는 이에 대한 법적 통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오늘날에는 ‘행정계획’, ‘행정지도’, ‘재량행위’ 등이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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