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표시의 불일치(진의 아닌 의사표시, 허위표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및 하자 있는 의사표시

1. 의사표시 및 의사표시의 불일치 유형

법률행위는 일정한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당사자 간의 의사의 합치로 성립한다.

법률행위에는 단독행위와 계약이 있다. 단독행위든 계약이든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의사’이고 이러한 의사는 상대방에게 표시(‘의사표시’)되어야 하고 의사와 표시 사이에 흠이 없어야 한다.

민법은 의사표시에 하자(흠)이 있는 경우 일정한 요건 하에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유형으로는, 표의자가 불일치를 알고 있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에 대해 상대방과 합의하는 ‘허위표시’,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를 표의자가 모르는 ‘착오’가 있다.

 

의사와 표시는 일치하지만 상대방의 기망이나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자유의사에 기한 것이 아닌 경우로 ‘하자 있는 의사표시(사기ᆞ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있다.

 

2. 비진의 표시

표시행위의 의미가 표의자의 진의와 다르다는 것, 즉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를 표의자 스스로 알면서 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대법원 1980. 10. 14. 선고 79다2168 판결

물의를 일으킨 사립대학교 조교수가 사직원이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사태수습을 위하여 형식상 이사장 앞으로 사직원을 제출하였던바, 의외로 이사회에서 ‘본인의 의사이니 하는 수 없다’고 하여 사직원이 수리된 경우 위 조교수의 사직원이 설사 진의에 이르지 아니한 비진의 의사표시라 하더라도 학교법인이나 그 이사회에서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가 아니라면 그 의사표시에 따라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다.

대법원 1980. 7. 8. 선고 80다639 판결

학교법인이 사립학교법상의 제한규정 때문에 그 학교의 교직원들인 소외인들의 명의를 빌려서 피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경우에 피고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소외인들의 의사는 위 금전의 대차에 관하여 그들이 주채무자로서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누13962 판결

공무원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여 의원면직처분을 하는 경우 그 사직의 의사표시는 그 법률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외부적ᆞ객관적으로 표시된 바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므로, 비록 사직원 제출자의 내심의 의사가 사직할 뜻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제107조는 그 성질상 사직의 의사표시와 같은 사인의 공법행위에는 준용되지 아니하므로 그 의사가 외부에 표시된 이상 그 의사는 표시된 대로 효력을 발한다.

 

3. 허위 표시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①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 한다는 것에 관해 상대방과 합의(민법은 ‘통정’이라고 표현)한 의사표시를 말한다. 의사표시의 존재, ② 진의와 표시의 불일치, ③ 표의자가 진의와 표시의 불일치를 알고 있을 것, ④ 상대방과의 통정이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상대방도 보호가치가 없으므로 당사가 간에는 무효이다. 이행하기 전이면 이행할 필요가 없고 이행한 후에는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의무를 진다.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5864 판결

동일인에 대한 대출액 한도를 제한한 구 상호신용금고법(현 상호저축은행법) 제12조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실질적인 주채무자가 실제 대출받고자 하는 채무액에 대하여 제3자를 형식상의 주채무자로 내세우고, 상호신용금고도 이를 양해하여 제3자에 대하여는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하에 제3자 명의로 대출관계서류를 작성받은 경우에는, 제3자는 형식상의 명의만을 빌려준 자에 불과하고 그 대출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상호신용금고와 실질적 주채무자이므로, 제3자 명의로 되어 있는 대출약정은 상호신용금고의 양해하에 그에 따른 채무부담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여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이다.

 

4.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의사와 표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표의자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다. 또한 이를 신뢰한 상대방도 보호하여야 한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민법은 일정한 요건 하에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여야 하고(동기의 착오 아님), ② 그것이 법률행위의 중요부분(표의자 뿐 아니라 보통인의 입장에서 착오가 없었다면 표시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될 정도)이어야 하며, ③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없어야 한다.

대법원 1990. 7. 10. 선고 90다카7460 판결

시로부터 공원휴게소 설치시행허가를 받음에 있어 담당공무원이 법규오해로 인하여 잘못 회시한 공문에 따라 동기의 착오를 일으켜 법률상 기부채납의무가 없는 휴게소부지의 16배나 되는 토지 전부와 휴게소건물을 시에 증여한 경우 휴게소부지와 그 지상시설물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에 관해서만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본 사례

 

5. 하자있는 의사표시

유효한 의사표시는 표의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인한 표시여야 한다. 타인에게 부당한 간섭을 받거나 강요당한 의사는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된 것으로, 민법은 이를 일정한 요건 하에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삼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③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1)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표의자가 타인(또는 제3자)의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의사표시를 한 경우를 말한다. 일종의 동기의 착오로 볼 수 있지만 그 동기의 착오가 상대방(또는 제3자)로 인해 발생한 점에서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건으로 의사표시의 존재, 사기자의 고의(착오에 빠지게 하려는 고의+착오에 기해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2단 고의), 기망행위, 기망행위의 위법성, 기망행위와 의사표시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족해야 한다.

 

(2)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표의자가 상대방(또는 제3자)의 강박행위로 공포심을 가지게 되고, 그 해악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의사표시를 말한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와 달리 동기의 착오는 발생하지 않고 다만 타인의 강박에 의해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점에서 취소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의사표시의 존재, 강박자의 고의, 강박행위, 강박행위의 위법성, 강박행위와 의사표시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건으로 한다.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 55618 판결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 선전 광고에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용도가 특정된 특수시설을 분양 받을 경우 그 운영을 어떻게 하고, 그 수익은 얼마나 될 것인지와 같은 사항은 투자자들의 책임과 판단하에 결정될 성질의 것이므로, 상가를 분양하면서 그 곳에 첨단 오락타운을 조성하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위탁경영을 통하여 일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광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로써 상대방을 기망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거나 상대방이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없다.

사기나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동시에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때에는 취소에 의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함께 생긴다. 이 경우 어느 것이라도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지만 둘 다 행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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