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고의ᆞ과실로 인한 행위

1. 고의ᆞ과실의 의의

 

(1) 고의ᆞ과실이란?

일정한 위법행위의 발생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인용한 경우를 말한다. 또 과실이란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고의ᆞ과실은 당해 공무원에 대하여 판단하므로 공무원에게 고의ᆞ과실이 없으면 국가는 배상책임이 없다.

여기서 고의ᆞ과실은 공무원 개인에 관한 것이고 국가 등에 의한 선임ᆞ감독상의 고의ᆞ과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법에 의한 사용자책임(제756조)과 다르다.

따라서 국가가 공무원을 선임ᆞ감독하는데 게을리함이 없어도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2) 대위책임설과 자기책임설

국가배상책임을 대위책임으로 보는 경우 고의ᆞ과실은 공무원의 주관적 책임요건이 되며 이를 근거로 책임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자기책임으로 보는 경우 공무원의 주관적 인식이 있는 경우는 물론, 공권력행사가 결과로서 불법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바로 고의ᆞ과실의 존재가 추정된다.

결국 공무원의 행위가 위법하기만 하면 무과실인 경우에도 국가 등의 책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통설ᆞ판례는 대위책임설이다(1973.10.10 대판 72다2583).

 

(3) 개별문제

 

① 법령해석의 오류와 공무원의 과실

공무원은 법령해석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법령해석상의 잘못을 공무원의 과실로 인정하기 어렵다.

판례는 ㈀법령해석 및 실무취급례가 없는 경우(대판 1973.10.10, 72다2583; 1995.10.13, 95다3274; 1995.10.13, 95다32747; 1997.5.28, 95다15735), ㈁사후에 위헌 선언된 법률이나 위법명령·규칙에 따른 경우(대판 1994.11.8, 94다26141; 2002.5.10, 2001다62312),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대판 2001.3.13, 2000다20731; 2001.12.14, 2000다12679; 2003.11.27, 2001다33789,33796,33802,33819 ; 2003.12.11, 2001다65236) 등의 경우에 공무원의 과실을 부인하였다.

 

□ 법령해석상의 오류를 공무원의 과실이 아니라고 한 판례(대판 1997.5.28, 선고, 95다15735)

일반적으로 행정입법에 관여하는 공무원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제정함에 있어서 관계 법규를 알지 못하거나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하여 법률 등 상위법규의 해석을 그르치는 바람에 상위법규에 위반된 시행령 등을 제정하게 되었다면 그가 법률전문가가 아닌 행정공무원이라고 하여 과실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상위법규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판례 등도 하나로 통일된 바 없어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 그 공무원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어느 하나의 견해에 따라 상위법규를 해석한 다음 그에 따라 시행령 등을 제정하게 되었다면, 그와 같은 상위법규의 해석이 나중에 대법원이 내린 해석과 같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당해 시행령 등의 규정이 위법한 것으로 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위법한 법령의 제정 및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직무처리 이상의 것을 당해 업무를 담당하는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② 행정규칙에 따른 처분

행정규칙에 따른 처분의 경우에는 후에 그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임이 판명된 경우에도 일반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재량준칙이 심히 합리적이지 못한 경우에는 당해 재량준칙을 제정한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판례는 “… 나중에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한 처분임이 판명되어 취소되었더라도 그 처분이 당시 시행되던 공중위생법시행규칙에 정해진 행정처분의 기준에 따른 것인 이상 …. 위법한 처분을 한 데 있어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판 1994. 11. 8. 94다26141)고 한 바 있다.

 

2. 과실의 객관화ᆞ정형화 경향

현행법의 구조상 대위책임설을 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상황에서 행정기능의 확대에 따라 증대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과실을 정형화․객관화하여 책임범위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과실의 객관화ᆞ정형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추상적과실론

추상적 과실(주의의무의 정도는 가해 공무원의 경력, 직위 등 객관적 사실에 의해 정해짐)이며, 구체적 과실이 아니다.

즉 주의의무를 판단함에 있어 평균적 공무원의 주의의무로 판단한다. 즉 공무원의 직종과 지위에 의해 객관적으로 정해지며, 개인의 지식ᆞ능력ᆞ경험등 주관적 사유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아니한다.

 

(2) 조직과실

가해 공무원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 즉 공무원 개인의 주의의무를 묻지 아니하고, 행정기관 자체 혹은 행정기관의 장의 과실로 의제한다.

예컨대 부작위에 대하여 담당공무원의 부재 등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3) 일응추정(一應推定)의 원리

원래 고의ᆞ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해자 측에 있는 것이 원칙이나 과실입증이 곤란한 경우가 많으므로, 과실의 객관화 입장에서 손해와 관련하여 이미 입증된 사실 또는 다툼이 없는 사실로 인하여 과실을 추정하게 하는 개연성이 분명한 경우에는 민법에서 발달한 일응추정의 이론에 따라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즉 피해자 측이 공무원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손해임을 입증하면 공무원의 과실을 추정하여 국가가 반대입증을 못하는 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리이다.

 

(4) 위법성과 과실의 일원화

위법성과 과실을 불가분적인 것으로 보아 양자 중 어느 하나가 입증되면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인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3. 위법무과실

아무리 과실을 객관화해도 과실책임주의를 택하는 이상 국가배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되도록 과실의 객관화를 확대하여 무과실책임으로 접근시켜야 한다.

그러나 과실책임주의를 취하는 우리나라 국가배상책임법제 하에서는 무과실책임이 법해석에 의해 인정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독일에서는 위법무과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 손실보상 쪽에서도 판례법에 의하여 희생보상책임(犧牲補償責任), 수용유사보상책임(收用類似補償責任)을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 헌법(제23조제3항) 아래에서는 입법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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