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보호의 원칙의 의의, 법적근거, 요건, 한계 및 적용영역

1. 의의

행정기관의 국민에 대한 언동의 정당성 내지 존속성에 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리를 말한다. 행정청의 결정이 있게 되면 국민은 행정청의 권위를 확신하여 그 유효성을 믿고 자신의 법률생활을 영위하는 바, 후일 행정청이 그 결정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권을 행사하게 되면 국민의 신뢰는 파괴되고, 특히 수익적 행정행위인 경우에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신뢰보호원칙은 법치주의의 관철이 국민의 신뢰를 지나치게 파괴하는 것일 경우에는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일시 후퇴시키는 것을 말한다.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은 민법상의 신의성실원칙과 유사한 것으로 Estoppel의 법리에서 유래한다.

 

2. 법적 근거

 

(1) 이론적 근거

 

① 신의칙설

신뢰보호원칙은 사법상의 신의칙에서 유래하였다는 견해로 독일 연방행정법원의 입장이다.

 

② 법적 안정성설(통설)

행정의 작용은 국민이 예측 가능하여야 한다는 견해이다. 따라서 행정의 작용을 국민이 신뢰하고 있는데, 국민이 예측할 수 없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③ 독자성설

신뢰보호원칙은 헌법에서 유래하지 않는 비헌법적, 독자적 법원리라는 견해이다.

 

④ 사회국가원리설

신뢰보호원칙은 사회국가원리에서 유래하였다는 견해이다.

 

(2) 실정법적 근거

행정절차법 제4조 제2항 “법령의 해석 또는 행정청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한 행위는 정당한 것으로 보며, 새로운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하여 소급하여 불리하게 처리되지 아니한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도 같은 내용의 규정이다.

 

3. 요건

 

(1) 선행조치와 선행조치에 반하는 행정행위

우선 행정기관의 선행처분(법령, 계약, 처분 등 모든 행정작용이 여기에 포함된다)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행정기관의 공식적 견해표명이어야 하고, 전화 상담에 의한 것 등과 같이 비공식적 의견의 표명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선행조치 후에 그에 반하는 행정행위를 하여야 한다.

 

(2) 선행조치에 대한 보호가치 있는 신뢰

선행조치의 존속에 대한 신뢰가 있고, 그것이 보호가치 있을 것(판단; 법치주의 실현에 대한 공익과 당해 선행조치의 존속에 대한 관계자의 사익을 비교형량).

예컨대 수익자가 제시한 잘못된 또는 불완전한 신고에 의해 행정행위가 이루어진 경우나. 수익자가 사기, 강박 등의 부정한 행위를 통하여 수익적 행정행위를 발생시킨 경우 등은 보호가치가 없다고 본다(여기서 수익자의 범위는 수익자뿐만 아니라 수익자로부터 신청행위 등을 위임받은 수임자 등 관계자 모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판2001두1512).

 

(3) 처리보호

상대방의 투자 등 보호해야 할 상대방의 처분이 있을 것. 예컨대 하자 있는 건축허가를 믿고 이미 공사를 착수한 경우 또는 행정청으로부터 수령한 금전을 이미 소비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판례에서는 처리보호보다는 본인에게 신뢰한데 대한 귀책사유가 없을 것을 요건으로 든다. 즉 신뢰함에 있어 오해나 착각이 없을 것을 요한다.

 

(4) 인과관계

신뢰와 처리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5) 보충성

신뢰보호원칙을 적용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구제수단이 없어야 한다.

 

4. 한계

 

(1) 법률적합성과 법적 안정성

이익형량설이 우위(적법상태실현이라는 공익과 신뢰이익이라는 사익사이의 이익형량에 따라 결정)이다.

 

(2) 사정변경

행정조치와 관련하여 신뢰형성 사실이 사후에 변경되고, 관계자가 이를 인식할 수 있으면 신뢰보호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다.

 

(3) 존속보호(현상보호)와 보상보호

존속보호를 원칙으로 하되, 보상보호로 절충한다.

독일행정절차법에서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경우 일정한 금전급부나 가분적인 현물급부가 행해진 경우에는 선행처분의 취소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외 수익적 행정행위의 경우에는 취소를 인정하되, 그로 인한 손해를 금전으로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취소가 인정되더라고 신뢰보호의 견지에서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5. 적용영역

 

(1)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ᆞ철회의 제한

수익적 행정행위는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침해적 행정행위에는 신뢰보호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 자신의 침해적인 내용에 대해 신뢰의 이익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 행정상의 확약

행정청의 작위․부작위의 약속을 말한다(예, 서울시가 무허가 건축물 자진 철거자에게 아파트 입주권을 부여하겠다고 확인하는 것).

독일에서는 종래 판례로 인정하던 것을 연방행정절차법에서 명문화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행정절차법 입법예고안에서는 규정된 바 있었으나, 현행 행정절차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 과부사건(Witwen-Urteil)

동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던 공무원의 과부가 서베를린의 관계행정기관에 대해 자기가 서베를린에 이주하게 되면 과부연금을 탈수 있는가를 문의하였다.

그에 대해 관계공무원은 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믿고 그 동베를린 여인은 서베를린에 이주하였는데, 너무 늦게 이주한 탓으로 이미 연금청구권은 실권상태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행정법원은 이 사건에서 신뢰보호사상을 원용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3) 실권

행정청이 행정행위의 위법한 상태를 장기간 묵인ᆞ방치하여 상대방에게 신뢰를 형성하게 하였다면 이후 그 위법성을 이유로 당해 행위를 취소할 수 없게 된다는 법리이다. 독일의 연방행정절차법은 취소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고 있다.

 

(4) 공법상 계약

국가가 사후 법률 개정을 이유로 계약상의 의무를 면할 수 있겠는가가 이 문제에 속한다(견해대립)

 

(5) 계획보장

행정계획을 신뢰하여 행위한 자가 계획의 폐지․변경에 대해 계획보장 청구권을 갖는가의 문제이다. 독일 건축법에서는 계획집행을 청구할 수는 없으나, 계획보상(손실보장)은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6) 불법에서의 동등처우

위법한 행정규칙이나 행정관계를 신뢰한 자가 그 신뢰보호를 이유로 장래에 있어서도 그 관례에 따라 처리해 줄 것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면 위법한 행정작용을 청구할 수는 없고, 손해배상의 청구는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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