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과 기한(정지조건과 해제조건, 확정기한과 불확정기한)

1. 의의

법률행위가 성립하면 곧 그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당사자가 장래의 일정한 사실이 있으면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래의 일정한 사실이 발생하면 법률행위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정할 수도 있다.

장래의 일정한 사실이 생기는 것이 불확실하면 조건이라고 하고 확실하면 기한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법률행위의 일부로서 부가된 것으로 ‘부관’이라고 부른다.

민법은 이러한 조건과 기한에 관해 제147조 내지 제153조에서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2. 조건

 

(1) 의의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 발생이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시키는 부관을 말한다. 예컨대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자동차를 사주겠다거나, 토지를 매수하면서 공장부지와 도로부지로 편입되지 않은 부분이 확정되면 원가로 매도인에게 반환하겠다는 약정 등이다.

조건이 되는 사실은 장래의 사실이어야 하고,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것이어야 한다.

조건도 법률행위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일반 원칙에 따라 조건의사가 표시되어야 한다.

 

(2) 종류

 

① 정지조건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을 조건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건이 성취되어야 비로소 효력이 생겨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예: 주차장 설치를 조건으로 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면허)

대법원 1981. 9. 22. 선고 80다2586 판결

사찰 또는 불교단체의 동산이나 부동산을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 대여, 양도 또는 담보에 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미리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그 허가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관할청의 허가가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② 해제조건

법률행위의 효력의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케 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법률행위의 효력이 생겨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지만 조건이 성취되면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예: 공유수면매립면허를 하되 일정한 기간 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다5506 판결

약혼예물의 수수는 약혼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이 성립한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므로, 예물의 수령자측이 혼인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의 경우에 준하여 예물반환의무를 인정함이 상당하나,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단 부부관계가 성립하고 그 혼인이 상당 기간 지속된 이상 후일 혼인이 해소되어도 그 반환을 구할 수는 없으므로, 비록 혼인 파탄의 원인이 며느리에게 있더라도 혼인이 상당 기간 계속된 이상 약혼예물의 소유권은 며느리에게 있다.

 

(3) 효력

조건부 법률행위가 성립한 경우 당사자는 장래에 조건의 성취로 인해 일정한 이익을 얻게 될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 민법은 이러한 기대를 조건부 권리로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조건부 권리자는 조건이 성취될 때까지 채무의 이행이나 물권의 이전 등을 청구할 수 없다. 조건의 성취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건부 의무자가 이행을 하고 권리자가 이를 수령하면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관련 민법 조항

제148조(조건부 권리의 침해 금지) 조건있는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한 동안에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

제149조(조건부 권리의 처분 등) 조건의 성취가 미정한 권리의무는 일반규정에 의하여 처분, 상속, 보존 또는 담보로 할 수 있다.

제150조(조건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 ①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②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조건 성취의 효력은 조건이 성취된 때로부터 발생하며 소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사자가 조건성취의 효력을 그 성취 전으로 소급시키기로 한 경우는 그 의사에 따르되, 소급효로 인해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 못한다.

 

3. 기한

 

(1) 의의

법률행위의 효력의 발생·소멸 또는 채무이행의 시기를 장래 발생할 것이 확실한 사실에 따르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을 말한다. 장래에 발생할 것이 확실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건과 다르다.

 

(2) 종류

 

① 시기와 종기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채무이행의 ‘발생’을 장래의 확실한 사실의 발생에 따르게 하는 기한을 시기 라 하고, 법률행위 효력의 ‘소멸’을 장래의 확실한 사실의 발생에 따르게 하는 기한을 ‘종기’라고 한다. (예: 내년 1월 1일부터 임대한다.(시기), 내년 12월 31일까지 임대한다.(종기))

 

② 확정기한과 불확정기한

발생시기가 확정되어 있는 기한을 확정기한이라 하고, 발생시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기한을 불확정기한이라고 한다. (예: 전세 기간을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한다(확정기한), 지금부터 A가 사망할 때까지(불확정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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