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행위의 의미,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별기준 및 구별실익

1. 재량행위의 의미

행정에 대해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합목적성을 추구하기 위한 법 효과의 선택과 결정의 자유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를 ‘재량행위’라 한다.

이와 비교할 수 있는 개념으로 법 효과에 대한 재량과 구별하여 법령 요건 부분의 불확정개념을 해석적용할 때 행정청이 지니는 판단의 자유영역을 ‘판단여지’라고 하는데, ① 시험・인사평정과 같은 ‘비대체적 결정’, ② 문화・예술 등 분야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된 합의제기관이 내리는 ‘구속적 평가결정’, ③ 환경행정・경제행정 등의 영역에서 장래의 발생할 위험 등의 사태를 예상하여 내리는 ‘예측결정’, ④ 경제・사회・문화 등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형성적 결정’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재량과 판단여지의 성질을 같은 것으로 파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견해가 나뉘나, 판례는 재량과 판단여지를 구별하지 않고 같은 성질의 것으로 파악한다.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두8970 판결)

 

2.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별기준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별기준에 대해서 종래 이른바, 요건재량설과 효과재량설 등이 제시되어 왔으나, 현재는 법률규정의 형식, 취지・목적, 행정행위의 성질, 기본권 관련성, 공익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판례 역시 “행정행위가 그 재량성의 유무 및 범위와 관련하여 이른바 기속행위 내지 기속재량행위와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로 구분된다고 할 때, 그 구분은 당해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체재형식과 그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파악하여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98두17593 판결)

 

즉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별은 우선 법규의 체재・형식 및 문언에 따라서 처분의 근거규정이 ‘… 하여야 한다. / …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기속행위로 파악할 수 있고, ‘…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량행위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법문의 규정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거나 법문의 표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와 더불어 처분의 성질(침익적인지 수익적인지), 기본권 관련성 및 공익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 여부를 파악한다.

 

법문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그 구별에 대한 대략적인 경향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통적으로 행정의 자의성을 방지하기 위해 침익적 처분은 기속행위로, 수익적 처분은 재량행위로 보아 왔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조치 등은 재량행위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수익적 처분과 관련해서도 강학상 허가는 기속행위로, 강학상 특허는 재량행위로 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이 관련되는 경우에는 행정의 자의적인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속행위로, 공익 관련성이 큰 경우에는 행정의 탄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재량행위로 볼 가능성이 크다.

 

한편 판례는 ‘기속재량행위’라는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중간영역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학설의 주류적인 입장은 기속재량행위를 재량행위에 대한 재판 통제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인정된 과도기적인 관념으로 파악해 왔다.

 

따라서 재량행위라 할지라도 하자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통제의 대상이 되고, 기속재량행위는 그 성격상 사실상 기속행위와 구별할 이유가 없음을 들어 별도로 기속재량행위를 인정할 필요성이나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판례가 아직까지 기속재량행위라는 별도의 영역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행정현실에서도 이에 대한 개념과 주요한 예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성은 있다 할 것이다. 기속재량행위는 원칙상 기속행위이지만 예외적으로 중대한 공익을 이유로 인허가나 신고의 수리 등을 거부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채광계획인가(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두151 판결), 불법전용산림신고지산림형질변경허가처분(대법원 1998. 9. 25. 선고 97누19564 판결), 사설납골당설치허가(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누3544 판결), 사설납골시설설치신고 수리(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두22631 판결), 주유소등록(대법원 1998. 9. 25. 선고 98두7503 판결) 등이 판례상 기속재량행위로 제시된 바 있다.

 

3.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별실익

법원의 입장에서는 대표적으로 사법심사의 방식 및 범위와 관련하여 기속행위와 재량행위를 구별할 실익이 있으나, 행정청의 입장에서는 특히 부관의 부가와 관련하여 기속행위와 재량행위를 구별할 실익이 있다.

 

우선 재량행위의 경우 행정청은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도 재량권의 범위에서 처분의 효과를 제한하는 부관이나 처분상대방에게 반대급부를 요하는 부관, 즉 부담을 붙일 수 있다. 이와 비교하여 기속행위는 법령상 요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그에 대응하여 일정한 효과를 부여하는 행위를 해야 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법령의 근거가 없는 이상 처분의 효과를 제한하는 부관을 붙일 수 없다.

이 부분에서 기속행위와 재량행위를 구별할 실익이 인정된다. 그렇지만 기속행위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효과 제한적 부관이 아니라 철회권의 유보는 붙일 수 있고, 별도의 법령의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효과 제한적 부관도 붙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식품위생법 제37조제2항의 경우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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