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63조 상해죄 동시범 특례 규정

형법 제263조 (동시범)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형법 제19조(독립행위의 경합) 동시 또는 이시의 독립행위가 경합한 경우에 그 결과발생의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1. 상해죄에 있어서의 동시범

형법 제263조는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인 이상이 의사연락 없이 개별적으로 동시에 죄를 범한 ‘동시범’의 경우 각자가 단독정범에 불과한 것이 원칙이다.

형법 제19조는 ‘동시 또는 이시의 독립행위가가 경합한 경우에 그 결과발생의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하여, 동시범의 경우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에, 형법 제263조는 2인 이상이 동일인에 대해 폭행을 가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별도의 적용 규정을 둬 더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즉, 상해죄의 동시범이란 2인 이상이 서로 의사연락 없이 각자 동일한 객체에 대해 상해행위를 하는 경우로, 제263조는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제263조가 제19조에 우선하여 적용되며, 이는 개별책임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2. 상해죄의 동시범 특례의 법적 성격

피고인에게 자기 행위로 인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거증책임을 부과하는 규정으로 파악하는 거증책임전환설이 판례와 다수설의 입장이다.

그 외에 소송법상으로는 법률상책임추정설, 법률상책임의제설, 인과관계 사실상 추정설, 이원설, 증거제출책임설 등 다양한 학설이 있으나, 이러한 학설들은 무죄추정의 원리,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의 원리, 책임주의원칙, 거증책임원칙 등과 같은 형사소송법의 기본원리에 반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사건(2017헌가10)에서 재판관 4(합헌)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위헌의견이 우세했지만, 위헌정족수(6인)에 미치지 못해 합헌으로 결정됐다.

 

3. 동시범의 특례 적용요건

 

(1) 독립행위가 경합될 것

의사연락 없는 2개 이상의 행위가 동일한 객체에 대하여 행해져야 하며, 장소적 근접성은 요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같은 장소일 필요는 없다.

시간적인 근접성과 관련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으나, 동시범 규정은 제19조의 예외규정이므로 예외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며, 공동정범이 아닌 것을 공동정범의 예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외형상으로 공동정범과 같이 볼 수 있는 정도의 행위로 한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시간적 근접성을 요한다는 의견이 타당해 보인다(사견).

 

(2)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것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며,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는 고의로는 상해의 고의 뿐만 아니라 폭행의 고의도 해당될 수 있다.

 

(3)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할 것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하여야 하므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거나 특정인의 행위임이 아님이 판명된 경우에는 동시범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또한, 가해행위를 한 것 자체가 분명치 않은 사람에 대하여도 동시범의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

 

4. 적용범위

제263조는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상해죄, 폭행치상죄, 강간치상죄, 강도치상죄, 과실치상죄 등의 경우가 본조의 적용을 받는다.

판례는 상해치사죄와 폭행치사죄의 경우에도 본조를 적용하고 있으나, 과실치사죄, 강도치사죄, 강간치사죄 등의 경우는 본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5. 효과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의 의미는 견해의 대립이 있으나, 공동정범이 성립하지는 아니하지만 ‘부분실행 전체책임’이라는 공동정범의 법리에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경합된 행위가 상해인 경우에는 상해기수죄가 되고, 폭행인 경우에는 폭행치상죄가 된다.

 

2017헌가10 형법 제263조 위헌제청(상해죄의 동시범 사건) 결정문

 

[결정 요지]

2017헌가10

상해죄의 동시범 사건

종국일자 : 2018. 3. 29. /종국결과 : 합헌

헌법재판소는 2018년 3월 29일 재판관 4:5의 의견으로,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하도록 한 형법 제263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합헌]

이에 대하여 형법 제26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피해자를 때린 것은 맞지만, 공동하여 폭행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당해사건에서 주장하였고, 피해자는 기소 후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 검사는 당해사건 계속 중 ‘피고인 서○○이 피해자의 얼굴을 2회 때리고, 피고인 서○○이 현장을 떠난 후 피고인 김□□가 다시 피해자와 시비를 벌이다가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1회 때렸다.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폭행이 경합하여 피해자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입술 및 코 부위의 찰과상을 가하였다’라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당해사건의 법원은 이를 허가하였다. 그후 당해사건의 법원은 형법 제263조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63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63조(동시범)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있어서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

[관련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9조(독립행위의 경합) 동시 또는 이시의 독립행위가 경합한 경우에 그 결과발생의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 결정주문

○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63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책임주의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 소극

○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는 그 자체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이루어지고, 그 가해 부위에 상해가 발생하였음에도 상해의 발생 또는 악화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가해행위의 존재라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고,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각 가해행위가 상해의 발생 또는 악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는지 계량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일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나고, 피해자의 사망 등 중한 결과를 야기하는 사례도 많다. 입법자는 피해자의 법익 보호와 법률의 위하적 효력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높일 필요성을 고려하여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는 경우를 다른 독립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와 구분하여 가해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심판대상조항을 둔 것이다.

○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검사가 독립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 상해의 결과 발생 등 독립한 가해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의 개별 인과관계 이외의 다른 구성요건을 모두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때 검사는 실제로 발생한 상해를 야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가진 가해행위의 존재를 입증하여야 한다. 가해행위의 부위와 상해 부위가 현저히 다른 경우 등과 같이 피고인의 가해행위가 실제 발생한 상해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조차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피고인을 상해죄의 동시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이를 통하여 상해의 결과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는 피고인이 상해죄의 동시범으로 처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피고인도 자신의 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에 개별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입증하여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 법원은 피고인이 가해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 가해행위의 태양과 폭력성의 정도, 피해 회복을 위한 피고인의 노력 정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등을 모두 참작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하므로, 가해행위자는 자신의 행위를 기준으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가해행위가 가지는 특수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가해행위로 인한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피고인이 의도하거나 예상한 상해의 결과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가해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 이선애)

○ 심판대상조항은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인행위가 밝혀지지 아니한 불이익을 피고인이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권을 가진 검사도 입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권도 없는 피고인에게 인과관계를 입증하여 상해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매우 불공평하고 부당하며 검사가 이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할 위험성마저 초래한다.

○ 독립행위가 경합한 경우, 결과 발생의 원인이 된 행위를 판명하기 어려운 것은 독립한 가해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의 문제가 아니고, 형법 제19조는 책임주의원칙과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상의 법리에 기인하여 이러한 경우에 각 행위를 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수범으로의 처벌은 형에 대한 감경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어서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결과를 야기한 원인행위의 판명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만을 다른 범죄와 달리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기수범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 독립한 가해행위의 경합은 상대적으로 상해의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높고, 원인행위에 대한 판명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생 빈도도 높아 다른 독립행위가 경합하는 경우처럼 미수로 처벌하여서는 법익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처럼 독립행위 모두를 일률적으로 기수로 처벌하는 것은 엄격한 책임주의가 적용되어야 할 형사법 체계에서 용납되기 어렵다. 다른 독립행위의 경합과 달리 처벌하여야 할 이유가 있다면, 독일 형법 제231조의 ‘싸움에 참가한 죄’처럼 별도의 독립범죄로 규정하여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 독립한 가해행위와 상해의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기만 하면 누구의 행위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것인지를 불문하고 가해행위자는 사실상 상해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는 상해의 결과에 대해 책임이 없는 사람도 원인행위가 판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 이상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형법에 관한 헌법상 원칙인 법치주의와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 재판관 강일원의 합헌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 1953년에 제정된 현행 형법은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각칙에서는 이 원칙을 충실히 지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형법 규정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면 그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므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형법 규정에 대한 위헌 심사에서 형법 각칙의 구성요건뿐만 아니라 법원의 확립된 해석 등을 종합하여 죄형법정주의의 적용을 완화하고 있다.

○ 심판대상조항이 형법 제19조와 달리 형법 각칙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엄격한 책임주의가 적용되어야 할 형사법 체계에서 일반원칙과 다른 특칙을 규정하였기 때문이고, 심판대상조항은 엄연히 각칙에 규정된 별도의 범죄 구성요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의견이 지적한 것처럼 구성요건을 보다 분명하게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심판대상조항이 위헌 선언을 해야 할 만큼 ‘과도하게’ 불명확하게 구성요건을 규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결정의 의의

○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을,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을 표시하여 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위헌결정의 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였기에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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