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명령의 통제(의회에 의한 통제, 행정기관에 의한 통제, 법원에 의한 통제)

1. 의회에 의한 통제

 

(1) 간접통제

국정감사 또는 조사권, 국무총리 등에 대한 질문권, 국무총리․국무위원 등에 대한 해임건의권, 대통령에 대한 탄책소추권 등의 행정부 감시 및 비판권이 있어 행정에 의한 법규명령을 통제할 수 있다.

 

(2) 직접통제

의회에의 제출절차, 의회의 동의 또는 승인유보 등이 있다.

 

① 행정입법의 의회에의 제출절차

행정입법이 수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는지 또는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감시하고 위법하게 제정된 행정입법을 통제하기 위해 행정입법을 의회에 제출하게 하는 제도(국회법 제98조의2 행정입법 제출 및 위법통제제도)가 있다. 또 행정절차법에서는 대통령령에 대한 국회의 적절한 통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하여 행정청이 입법예고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을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2조 제2항)

 

② 의회의 동의 또는 승인권의 유보

법규명령의 효력발생 전에 의회의 동의 또는 승인을 받도록 하거나, 일단 성립되어 효력을 갖고있는 법규명령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소멸시키는 권한을 의회에 유보시키는 법규명령에 대한 통제방법으로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다만 긴급명령이나 긴급재정경제명령의 경우 사후 국회승인을 요한다.

 

2. 행정기관에 의한 통제

 

(1) 상급행정청의 지휘감독권을 통한 통제

상급행정청의 감독권에는 하급행정청의 행정입법권의 행사도 포함된다. 상급행정청은 하급행정청의 행정입법권의 행사와 기준,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위법한 법규명령에 대해서는 직접 개정하거나 폐지할 수는 없지만, 개정이나 폐지를 명할 수 있으며, 상위 명령을 통하여 하위명령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2) 법제처의 법규명령정립의 절차를 통한 통제

법제처는 국무회의에 상정될 법령안과 총리령안 및 부령안을 심사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법령간 상호모순이나 상위 법령위반 여부 등을 심사한다.

 

(3)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법령 개선에 관한 통제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심판청구를 심리·재결할 때에 처분 또는 부작위의 근거가 되는 명령 등(대통령령·총리령·부령·훈령·예규·고시·조례·규칙 등)이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상위 법령에 위배되거나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크게 불합리하면 관계 행정기관에 그 명령 등의 개정·폐지 등 적절한 시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요청을 받은 관계 행정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행정심판법 제59조).

 

3. 법원에 의한 통제

 

(1) 서론

법규명령에 대한 법원의 통제에 관하여는 법규명령에 관한 특유한 것이 없고, 행정규칙의 경우 및 자치법규(조례ᆞ규칙)를 포함하여 행정입법 전반에 대하여 함께 다루어지므로 ‘행정입법에 대한 법원의 통제’에 관하여 논하기로 한다.

행정입법이 법원에 의하여 어떻게, 어느 정도로 통제를 받는가는 국가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행정입법(법규명령, 행정규칙, 조례·규칙 포함)에 대하여 사법기관이 통제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형태의 것이 있다.

첫째는 구체적 사건의 매개를 필요로 하는지의 여부에 따른 구분이다. 즉 구체적 사건성을 요구하는 경우를 구체적 규범통제라 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경우를 추상적 규범통제라 한다.

둘째로는 행정입법을 직접 통제의 대상으로 삼느냐, 아니면 처분 등의 구체적 행위나 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을 본안으로 하면서 그 근거가 된 행정입법의 위헌ᆞ위법 여부를 간접적으로 다투느냐에 따라 직접적 통제방식과 간접적 통제방식(혹은 부수적 통제방식)으로 구분된다.

 

(2) 구체적 규범통제와 추상적 규범통제

 

① 구체적 규범통제의 적용과 원리

우리나라는 구체적 사건성을 요구하는 구체적 규범통제를 취하고 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의 “명령ᆞ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라고 한 규정에서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라고 하는 것이 바로 구체적 사건성을 표현한 부분이다.

법계를 영미법계와 대륙법계로 구분할 때 대체로 영미법계에서는 구체적 규범통제를, 대륙법계에서는 추상적 규범통제를 택한다. 그 이유는 법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개인의 권리구제’와 ‘정당한 법질서의 유지’의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면, 영미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법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개인의 권리구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대륙법계에서는 그것보다도 ‘정당한 법질서의 유지’에 더 많은 포인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 규범통제와 추상적 규범통제는 그 소송상의 효과도 다르다. 즉 구체적 규범통제를 인정하는 제도 하에서는 ‘당해 사건에 한하여 위법인 법규범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추상적 규범통제를 인정하는 제도 하에서는 ‘사법기관에 의해 위법하다고 판단된 행정입법의 효력은 일반적으로 상실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원리의 설명은 위헌법률심사제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구체적 규범통제는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심사권은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적용거부만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며, 명령규칙을 일반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의 심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법령의 심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명령과 규칙을 무효로 하는 것은 법원의 법규적용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명령규칙을 개폐하는 권한은 법원의 권한이 아니다.

 

② 예외적 추상적 규범통제

구체적 규범통제를 취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적으로 추상적 규범통제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례에 대한 규범통제가 그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07조와 제17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에서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조례가 제정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으로 적용되었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이 경우는 법이 예외적으로 추상적 규범통제를 인정하고 있는 예라고 할 것이다.

 

③ 규범통제의 관할

행정입법에 대한 규범통제는 일반법원에 의한 통제와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제가 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는 “명령ᆞ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고 정하여 명령ᆞ규칙에 대한 심사는 일반법원에서 하고 그 최종적인 심사는 대법원이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에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행정입법이 위헌 또는 위법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헌법소원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통하여 명령ᆞ규칙에 대한 심사권을 가진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명령ᆞ규칙심사권에 대한 관할이 문제되는데, 명령ᆞ규칙ᆞ조례에 대한 ‘재판전제적인 심사권’ 즉 처분 등을 다투는 재판에서 행정입법 규정이 문제되어 위헌ᆞ위법심사를 받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심판권을 가지며, 명령ᆞ규칙ᆞ조례가 (처분을 매개함이 없이)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헌법소원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허영).

명령ᆞ규칙ᆞ조례등이 처분 등을 매개함이 없이 직접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다음 두가지의 유형이 있다.

 

가. 집행적 법규명령

예컨대 구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제5조와 그에 따른 별표1에 따르면 당구장에는 “출입문에 18세 미만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표시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이 규정은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판정을 받았다. 1995.5.13. 92헌마80). 18세 미만자의 출입금지라는 법규상의 명령은 처분을 매개하지 않고 바로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작용한다. 이와 같이 일반적ᆞ추상적인 형태로 처분을 매개함이 없이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 작용하는 법규명령을 집행적 법규명령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일반적ᆞ추상적으로 국민을 규율하므로 구체적 사건성이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나. 처분적 법규명령

예컨대, 두밀분교폐지조례(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누8003 판결)와 같이 처분을 매개함이 없이 직접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주면서도, 대상이 한정되어 있고 구체적 사건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소위 처분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 또 한미약품 약가인하고시사건(2006.9.22. 대판 2005두2506)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사건에서는 보건복지부 고시인 약제급여ᆞ비급여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다. 정리

법규명령은 일반적/처분적/집행적 법규명령으로 구분되며, 이것에 사법적 통제는 구체적규범통제/항고소송/헌법소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정리하면 되겠다. 종래에는 법규가 (집행기관을 매개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모두 처분적 하였으나, 위와 같이 처분적 법규와 집행적 법규로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집행적 법규를 넓은 개념과 좁은 개념으로 나누어 지금까지 설명한 것과 같은 집행적 법규를 좁은 개념의 집행적 법규라고 하고, 여기에 처분적 법규까지 더한 것을 넓은 개념의 집행적 법규, 즉 처분을 매개하지 않고 직접 기본권에 영향을 주는 법규 전체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다툼

구법무사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에서는 “법원행정처장이 법무사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법원장의 승인을 얻어 법무사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행정처장이 재량으로 법무사시험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실제로는 법무사시험이 행하여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법무사법 제4조 제1항에서는 법무사시험에 합격한 자는 법무사의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위 구법무사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이 결국은 아예 법무사시험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으므로 ‘별도의 집행행위를 매개함이 없이’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되었다.

이 경우 이 시행규칙에 대한 규범통제는 대법원이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재판소가 해야 할 것인가? 이 사건은 규범통제에 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 다툼을 일으킨 계기가 된 사건이다. 왜냐하면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헌법 제107조제2항에 따라서, 또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68조제1항에 따라서 각각 명령․규칙에 대한 규범통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헌법소원으로 다루졌고 헌법재판소는 “법령 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었을 경우 그 법령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소송물로 하여 일반 법원에 구제를 구할 수 있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으므로(일반법원에 명령ᆞ규칙을 직접 대상으로 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이것이 허용되어 구제된 예를 발견할 수 없다)”라고 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성을 인정해 버렸다.

“그 자체로서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규”(*판례나 결정문에서는 처분적 법규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판단(대법원은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은 예가 없다)을 받자, 대법원에서는 두밀분교폐지조례에 대해서 “조례가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도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 그 조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라고 하여 이를 처분적 법규로서 인정하였다.

명령ᆞ규칙에 대한 규범통제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간의 권한 다툼이 있으므로, 처분적 법규와 집행적 법규와의 관계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리하면 좋겠다.

 

④ 헌법소원에 의한 규범통제는 추상적 규범통제인가?

헌법소원에 의해서 하는 명령ᆞ규칙에 대한 위헌ᆞ위법의 심사제도는 ①직접 침해성(집행행위에 매개되지 않고 명령, 규칙, 조례가 그 자체로서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여야 한다)과 ②보충성(다른 권리구제수단이 없어야 한다)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행정입법이 처분을 통하여 침해되는 경우에는 행정쟁송이 가능하고 그것은 다른 구제수단이 없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이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하는 최후적 구제수단이기 때문에 헌법 제68조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통한 통제의 경우에도 구체적 권리 침해의 현상이 있고 이를 구제하기 위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따라서 헌법소원을 통한 통제도 구체적 규범통제의 예이다.

 

(2) 직접적 규범통제와 간접적 규범통제

 

① 행정입법의 처분성

이것은 행정입법이 직접 취소소송 등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가 하는 행정입법의 처분성과 관련된 문제로서 현재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의 현행제도는, 행정입법이 예외적으로 처분성을 지니는 경우(즉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국민의 권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소위 처분적 법규의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일반적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다.

 

② 구체적ᆞ추상적 규범통제와의 관계

구체적 사건성을 요구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의 경우에는 행정입법을 직접 다툴 필요 없이 행정입법이 근거하여 국민에게 집행되는 처분이 이루어지고 그 처분을 통하여 위법한 사실이 발견되었을 때 적용되는 간접적 규범통제 방식이 어울리며, 반대로 추상적 규범통제의 방식을 취하는 경우에는 행정입법 자체의 법질서체계 유지를 목적으로 하므로 행정입법의 위법성을 직접 다투는 직접적 규범통제가 논리적으로 어울린다.

지방자치법 제107조(지방의회의 의결(조례)이 위헌ᆞ위법적이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대법원에 조례의 무효를 청구하는 제소를 한 경우) 및 제172조(지방의회의 의결(조례)이 위헌ᆞ위법적이어서 상급행정청(주무부장관, 시도지사)이 대법원에 조례의 무효를 청구하는 제소를 한 경우)에서 조례에 대한 사전적 추상적 규범통제가 예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 헌법소원을 통한 명령ᆞ규칙 심사권은 재판전제성을 가지지 않고 있어 추상적 규범통제로 볼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권익구제를 위해 인정되는 직접적인 통제이므로 구체적 규범통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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