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법적 성질

행정규칙은 보통 훈령, 예규 등과 같은 독자적인 형식에 의해 정립되나, 최근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정해져야 할 내용을 부령이나 대통령령과 같은 법규명령 형식으로 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법규명령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행정규칙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바, 그 요점은 형식을 중시할 것인가, 실질을 중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1. 형식설

규정형식을 중시하여 그 내용이 국민의 자유와 재산에 관계없더라도 법령에 규정됨으로써 국민일반을 구속할 수 있다는 점, 법적 안정성의 측면 등을 들어 법규명령으로 이해하는 견해이다(다수설)

 

2. 실질설

형식적으로 법규명령으로 정립되었다하더라도 여전히 행정사무의 처리준칙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행정규칙으로 이해하는 견해이다.

 

3. 판례의 입장

 

(1) 종래 판례

종래 판례는 실질설을 취하여, 대통령령이나 부령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법규성을 부인하였다.

 

(2) 제재적 처분기준의 경우(행정권을 수범자로 하는 경우)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성질과 관련하여 제재적 처분기준의 경우를 보는 이유는 판례도 존재하거니와 법률의 수권을 받아 법규명령으로 규정된 행정규칙의 대표적인 것이 제재적 처분기준이기 때문이다.

판례는 제제적 처분기준의 경우 부령으로 규정된 경우와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경우를 구별하고 있다. 부령인 경우 실질설에 따라 행정규칙이라고 하였으나(판례로 인정된 것을 보면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식품위생법시행규칙, 「자동차운송사업면허 취소 처분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른 행정처분기준이 그것이다), 대통령령 형식의 제재적 처분기준의 경우 형식설에 근거하여 법규명령으로 보았다(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에 따른 처분 규정 대판 1997. 12. 26. 97누15418).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거치는 절차상의 차이는 있지만 양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구별하여 취급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하나, 이것은 논리적 결과라기보다는 행정을 어느 정도로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절충적인 사법정책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제재적 처분기준의 경우 부령은 행정규칙, 대통령령은 법규명령으로 간단히 정리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판례는 구청소년보호법시행령으로 정한 과징금처분기준에 관한 판례에서 과징금처분기준의 법적 성질을 법규명령이라고 하면서도 과징금액수를 정액이 아니라 최고한도액으로 보았다(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에 따른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부과 기준의 성질에 관해서도 동일하게 판시하였다. 대판 2006.2.9. 2005두11982). 이것은 처분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행정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판례에 대해서는 대통령령형식으로 정한 제재적 처분기준을 법규명령이라고 하면서도 최고한도를 정한 것의 효력만 있다고 하는 것은 법령해석의 범위를 넘어 입법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① 식품위생법시행규칙으로 정한 제재적 처분 기준의 성질(대판 1993.6.29 93누5635)

식품위생법시행규칙 제53조에서 별표 15로 같은 법 제58조에 따른 행정처분의 기준을 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형식은 부령으로 되어 있으나 성질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보건사회부장관이 관계행정기관 및 직원에 대하여 직무권한행사의 지침을 정하여 주기 위하여 발한 행정명령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지 같은 법 제5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장된 재량권을 기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②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으로 정한 제재적 처분 기준의 성질(대판 1997.12.26 97누15418)

당해 처분의 기준이 된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 제10조의3 제1항 [별표 1]은 주택건설촉진법 제7조 제2항의 위임규정에 터잡은 규정형식상 대통령령이므로 그 성질이 부령인 시행규칙이나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규칙과 같이 통상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 있어서의 행정명령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힘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

 

③ 구청소년보호법시행령에 의한 과징금 처분 기준의 성질(대판 2001.3.9, 99두5207)

구 청소년보호법(1999. 2. 5. 법률 제58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같은법시행령(1999. 6. 30. 대통령령 제164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별표 6]의 위반행위의종별에따른과징금처분기준은 법규명령이기는 하나 모법의 위임규정의 내용과 취지 및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그 규모나 기간·사회적 비난 정도·위반행위로 인하여 다른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은 다른 사정·행위자의 개인적 사정 및 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이익의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적정한 과징금의 액수를 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 수액은 정액이 아니라 최고한도액이다.

 

④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에 따른 과징금 부과 기준의 성질(대판 2006.2.9. 2005두11982)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2001. 12. 31. 대통령령 제174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제1항 [별표 5]의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부과의 기준은 법규명령이기는 하나 모법의 위임규정의 내용과 취지 및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그 규모나 기간·사회적 비난 정도·위반행위로 인하여 다른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은 다른 사정·행위자의 개인적 사정 및 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이익의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적정한 업무정지의 기간 및 과징금의 금액을 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 기간 내지 금액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최고한도라고 할 것이다.

 

(3) 특허 등의 인가기준을 정한 경우(국민을 수범자로 한 경우)

판례는 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으로 정한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 기준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이를 법규명령이라고 하였다. 일부 견해는 이 판례를 들어 부령으로 정한 행정처분기준의 법적 성질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 태도가 변경된 것처럼 이해하기도 한다. 즉 종래와는 달리 부령으로 정한 인가기준을 법규명령으로 본 판례라고 이해한다. 그런데 이것은 위의 제재적 처분기준의 경우와 다르다. 왜냐하면 제재적처분기준의 경우 행정권을 수범자로 하는데 비해, 이것은 일반국민을 수범자로 하여 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시행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제32조 제2항에서 행정청만이 아니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면허를 받을 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즉, 사업계획변경절차, 노선 및 운행 계동 신설시 기준, 노선 및 운행계통 연장시 기준 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행규칙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법규명령이며, 행정권만을 수범자로 하는 행정규칙 즉 법규명령형식을 취한 행정규칙의 한 유형으로 보기어렵다.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2001. 12. 31. 대통령령 제174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제1항 [별표 5]의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부과의 기준은 법규명령이기는 하나 모법의 위임규정의 내용과 취지 및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그 규모나 기간·사회적 비난 정도·위반행위로 인하여 다른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은 다른 사정·행위자의 개인적 사정 및 위반행위로 얻은 불법이익의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적정한 업무정지의 기간 및 과징금의 금액을 정하여야 할 것이므로 그 기간 내지 금액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최고한도라고 할 것이다.

 

① 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규칙으로 정한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 기준의 법적 성질(대판 2006.6.27, 2003두4355)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2000. 8. 23. 건설교통부령 제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2항 제1호, 제2호, 제6호는 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4항의 위임에 따라 시외버스운송사업의 사업계획변경에 관한 절차, 인가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이라고 할 것이고, 그것을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4) 위법성 판단에서의 차이

위법성 판단과 관련하여 법규명령으로 보는 경우는 그 규정에 대한 위반 여부가 위법판단의 기준이 되겠으나, 행정규칙으로 보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대한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근거되는 법률의 입법취지까지 함께 고려하여 위법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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